
실제로 어떤 콘텐츠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끝이 바늘처럼 가늘어지니 잇몸을 찌르고, 그래서 반려동물 칫솔로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바늘이 피부를 뚫는 건 끝이 뾰족해서만이 아닙니다. 뾰족한 채로 '힘을 버티기' 때문입니다. 강철이라서 눌러도 접히지 않고, 그 힘이 좁은 끝에 집중되어 조직을 뚫습니다. 반대로 사람 속눈썹도, 고양이 수염도, 붓의 털도 끝은 가늘어집니다. 그런데 누구도 털이 피부를 찌른다고 하지 않습니다. 가느다란 털은 끝에 힘이 걸리기 전에 옆으로 접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가설은 간단합니다. 찌름은 형태가 아니라 힘입니다. 이걸 확인하려면 숫자 네 개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숫자는 잇몸이 통증을 느끼는 힘입니다. 사람 잇몸의 기계적 통증 역치는 정량적 감각검사로 측정되어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 51명을 대상으로 독일 신경병증통증연구회 표준 프로토콜을 적용한 연구에서, 상악 소구치 쪽 잇몸의 통증 역치는 좌측 28.19 mN, 우측 30.10 mN이었습니다. 0.25 mm 끝으로 약 3 g의 무게를 눌러야 잇몸이 '아프다'고 인식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세트에서 가장 약한 8 mN 자극은 대부분 통증으로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숫자는 잇몸이 손상되는 힘입니다. 같은 핀프릭 세트의 최대 자극기는 512 mN, 약 52 g입니다. 이 자극기는 끝을 뭉툭하게 만들어 표피를 뚫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0.2 mm 끝에 0.5 N을 실어도 상피는 관통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임상에서 보는 잇몸 손상은 찌름이 아니라 '쓸림'으로 생깁니다. 칫솔 전체에 실리는 힘이 3 N을 넘고, 모가 강모이거나 끝이 라운딩되지 않은 절단면이고, 여기에 치약 마모제까지 더해질 때 생깁니다. 모 끝 라운딩 수준을 나눠 비교한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적절히 라운딩된 모의 비율이 40~50% 이상인 칫솔이 잇몸 마모를 유의하게 줄였습니다. 같은 계열의 문헌에서 중·강모는 연모보다 조직 손상 위험이 약 2배로 보고됩니다. 손상의 단위는 모 끝 하나의 찌름이 아니라 절단 모서리 수십 개의 긁힘입니다.
세 번째 숫자는 일반모 한 가닥이 실제로 전달할 수 있는 힘입니다. 가느다란 기둥은 축 방향 힘이 임계값을 넘으면 옆으로 접힙니다. 오일러 좌굴이라고 부르는 현상인데, 버틸 수 있는 힘은 직경의 4제곱에 비례합니다. 직경이 절반이면 버티는 힘은 1/16이 됩니다. 칫솔모 재질인 PBT의 탄성률(약 2.4 GPa)과 헤드 위로 나온 모 길이 7 mm를 넣고 계산하면, 직경 0.10 mm(4 mil) 모는 2.5 mN, 0.13 mm(5 mil)는 6.2 mN, 0.15 mm(6 mil)는 12.8 mN까지만 버티고 그 이상은 접힙니다. 한 가닥만 보면 6 mil도 통증 역치의 절반입니다. 그런데 터프트 한 개, 그러니까 직경 1.5 mm 안에 약 20가닥이 모인 묶음은 잇몸 통각수용기 하나가 감지하는 범위 안에 통째로 들어갑니다. 신경 입장에서는 하나의 눌림입니다. 20가닥을 합치고 모끼리 서로 받쳐 주는 효과까지 더하면, 일반모 터프트 하나는 120~250 mN을 잇몸에 얹을 수 있습니다. 통증 역치의 4~9배입니다. 그 끝이 가공되지 않은 절단면이라면, 그 힘이 20개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되어 잇몸을 긁습니다.

네 번째 숫자가 오늘의 핵심입니다. 초미세모는 몸통 직경이 0.1 mm 이상이지만 끝으로 갈수록 0.02~0.05 mm까지 가늘어집니다. 좌굴은 가장 가는 구간에서 먼저 일어나므로, 이 끝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가닥이 전달할 수 있는 힘은 최대 약 0.2~1 mN입니다. 통증 역치의 1/30에서 1/100입니다. 터프트 20가닥을 전부 합쳐도 5~20 mN, 여전히 통증 역치에 못 미칩니다. 손상 역치 500 mN과는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뾰족함은 몸통에서 끝으로 가늘어지는 미세모 형상일 뿐, 끝이 힘을 버틴다는 뜻이 아닙니다. 주사바늘 끝 반경이 수 μm이고 초미세모 끝이 10~15 μm이니, 스케일로 봐도 바늘보다는 속눈썹 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 잇몸의 통증 역치를 직접 측정한 데이터는 없습니다. 위 수치는 전부 사람 잇몸에서 나온 것입니다. 다만 개·고양이 잇몸도 사람과 같은 각질화 중층편평상피이고, 이 아이들은 매일 사료와 뼈와 개껌을 뉴턴 단위의 힘으로 잇몸에 부딪히며 씹습니다. 사람의 28 mN을 하한 기준으로 쓰는 건 동물에게는 오히려 보수적인 가정입니다. 그 가정 아래서도 초미세모는 통증 역치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숫자보다 빠른 방법도 있습니다. 초미세모 칫솔을 손등에 수직으로 세게 눌러 보면 모가 전부 옆으로 눕고 자국이 남지 않습니다. 절단면 인반모 동물 칫솔을 같은 힘으로 눌러 보면 모가 버티고 점 자국이 남습니다. 뾰족한 쪽이 눕고, 뭉툭한 쪽이 자국을 남깁니다. 풍선이나 젖은 휴지에 해 보면 더 분명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잇몸이 아프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힘은 약 28 mN이고, 잇몸이 실제로 손상되는 힘은 500 mN을 넘습니다. 일반모 터프트는 120~250 mN까지 잇몸에 얹을 수 있는데, 초미세모 터프트는 아무리 눌러도 5~20 mN에서 접혀 버립니다. 끝이 가늘어 보인다고 찌르는 게 아니라, 그 끝이 힘을 버텨야 찌릅니다. 초미세모는 힘이 걸리기도 전에 눕습니다. 그러니 잇몸을 찌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진료실에서 실제로 보는 잇몸 손상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현미경 사진을 놓고 모 끝이 어떻게 마감되느냐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참고자료
- Somatosensory and Gustatory Profiling in the Orofacial Region
- Quantitative sensory testing in the German Research Network on Neuropathic Pain
- Pressure-pain threshold determination in the oral mucosa validity and reliability
- The effects of different levels of brush end rounding on gingival abrasion
- Evaluation of the incidence of gingival abrasion as a result of toothbrushing
- Damaging effects of toothbrush bristle end form on gingiva
- A mathematical model for predicting toothbrush stiffness
본문의 통증·손상 역치 수치는 사람 잇몸을 대상으로 한 정량적 감각검사 연구에서 가져온 값입니다. 개·고양이 잇몸을 직접 측정한 데이터는 아직 없어, 사람 기준 최솟값(28 mN)을 하한으로 사용했습니다 — 동물에게는 오히려 보수적인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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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 잇몸 손상의 진짜 원인 보기